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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세계를 양분하는 근대의 원동력 ─ 커피와 홍차

외톨늑대 ROBO 2022. 1. 1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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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양분하는 근대의 원동력 ─ 커피와 홍차

유럽에서 녹차보다 홍차가 더 사랑받는 것은 ‘설탕’ 때문?

커피와 함께 세계를 양분한 음료로 ‘차’를 들 수 있다. 차는 커피와 전혀 다른 맛과 향을 가진 중국차, 일본차, 홍차가 있는데, 세 가지 모두 차 나무 잎으로 만들어진다. 맛과 향의 차이는 만드는 제법製法에 따라 다르다. 일본의 녹차는 나무에서 딴 잎을 가열 처리하여 발효시키지 않은 것이다. 중국의 우롱차나 푸얼차는 발효 도중 찻잎을 가열하여 발효를 멈춘 반발효차다. 홍차는 나무에서 딴 찻잎을 건조하여 비벼서 완전 발효시킨 차로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에서 즐겨 마시는 차이다.

차는 원래 중국의 윈난성(雲南省)에서 인류 최초로 재배되었다. 처음에는 커피처럼 음료가 아닌 채소의 일종으로 조리해서 먹다 후한시대(AD 25~220)에 탕약(湯藥)의 전통이 있던 한족들에 의해 오늘날처럼 차로 마시게 되었다. 차를 마시는 습관이 일반인에게까지 보급된 것은 당나라 때이다. 이때 한반도, 일본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유럽에서 차를 마시게 된 것은 네덜란드였다. 최초로 인도항로를 개척해서 무역을 시작한 것은 포르투갈이었고, 당시 주요 교역품은 향신료와 실크로 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맨 처음 차를 교역품으로 거래를 시작한 것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였다. 네덜란드가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차를 대량 구입하여 본국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은 1610년 무렵이었다.

홍차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 대로 중국에서 영국으로 찻잎을 운반하는 도중 온도와 습도가 높은 적도를 통과할 때 찻잎이 발효되어 홍차가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18세기 후반 중국에서 반발효차인 우롱차를 개량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홍차 수입과 같은 시기에 서인도제도의 플랜테이션에서 설탕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던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대로는 쓰고 떫은 맛이 강한 홍차에 설탕을 넣으면 녹차보다 훨씬 맛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영국은 차를 마시는 방식의 변화와 함께 차 도구와 다기를 만들어냈고, 독자적인 차 문화가 생겨났다.

(pp.30-32)

커피 VS 홍자
 

‘차 vs. 커피’의 세계사

세계 음료를 양분한 커피와 차는 음용법에서 차이가 있다. 커피 문화권에서는 일의 피치를 올릴 때 마시는 편인데 반해 차 문화권 사람들은 한숨 돌리며 쉬고 싶을 때 마시는 경향이 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Coffee Time’ 대신 ‘Coffee Break’라고 하는 데 반해 차 마시는 시간을 ‘Tea Break’가 아닌 ‘Tea Time’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영국인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서 마시는 ‘Early Tea’에서 시작해서 아침 식사 때 ‘Breakfast Tea’, 오후 간식 때 ‘Afternoon Tea’, 잠들기 전에 마시는 ‘Night Tea’ 등 하루에 네다섯 번 정도 티타임을 갖는다. 최근에는 그 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평균 세 잔 이상 홍차를 마신다.

일본인도 차를 즐겨 마신다. 가정의 거실을 다실, 즉 ‘챠노마(茶の間)’라고 하는 것도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차를 마셨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나 여성에게 관심이 있을 때도 “차 한 잔 하시겠어요? お茶でもどうですか”라고 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도 처음에는 차 문화권이었다. 지금처럼 커피 문화권으로 바뀐 것은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보스턴 차 사건 Boston Tea Party, 1773’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프랑스와 벌였던 프렌치 인디언 전쟁(1754년부터 1763년까지 영국과 프랑스가 북아메리카에서 벌인 전쟁)으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된 영국은 미국에서의 홍차 판매 독점권을 영국의 동인도회사에 주고, 동시에 그 차에 높은 세금(차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 이에 반발한 급진적인 보스턴 시민이 인디언으로 분장하여 보스턴 항구에 정박중이던 동인도회사의 배 2척를 습격하여 배 안에 있던 342개 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린 것이 바로 보스턴 차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영국은 식민지 미국을 더욱 탄압하였고, 1775년 무력충돌의 도화선이 되었고 결국 미국 독립혁명의 직접적인 발단이 되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비싼 찻잎을 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대신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가 비교적 연한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홍차 대신에 마시게 된 것이라 한다.

“나는 이때 여유로운 기분의 홍차에서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로 전환한 것이 그 후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하나의 보이지 않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차는 진하고 감칠맛 나는 부드러운 분위기와 격조 있는 문화와 예술을 만들어냈습니다. 반면 커피는 활력 있는 분위기와 사업적인 발전, 가격적인 진보를 이룸으로써 근대 이후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pp.32-34)

출처: 사이토 타카시ㅣ홍성민 옮김『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뜨인돌,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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