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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철과 유리로 만든 '판스워스 하우스' 본문

인문학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철과 유리로 만든 '판스워스 하우스'

외톨늑대 ROBO 2022. 1. 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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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반 데어 로에의 철과 유리로 만든 '판스워스 하우스'

한옥의 나무와 창호지 대신에 철과 유리로 지은 판스워스 하우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4기에 접어들어서는 기둥 구조만으로 완전한 동양식 공간의 주택을 구현하게 되는데 그것이 ‘판스워스 하우스 Fansworth House’(1946~1950)다. ‘판스워스 하우스’는 가끔씩 강이 범람하면 침수되는 지역에 지어져 있어서, 침수를 피하기 위해 집을 땅에서 조금 띄워서 지어야만 했다. 이를 위해서 미스는 기둥 구조를 사용하여 집을 반 층 정도 오려서 지었는데, 집의 거실이 있는 층에 올라가기 전 중간 정도 높이에 데크를 설치했다. 그 데크를 밟고 올라가면 지붕이 덮인 두 번째 데크 공간이 나온다. 그 공간을 거쳐서 집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공간의 구성은 우리나라 한옥과 비슷하다. 한옥에서 방에 들어가려면 땅에서 계단을 밟고 기단에 올라가고, 거기서 디딤돌을 딛고 대청마루에 올라가야 한다. 지붕이 덮고 있지만 앞뒤로는 뚫린 대청마루를 거쳐서 안방으로 들어간다.

미스의 ‘판스워스 하우스’에서 보이는 첫 번째 데크는 기단부, 두 번째 데크는 대청마루라 할 수 있다. 그리고나서 들어간 집은 기둥 구조로, 벽이 없고 모두 유리로 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이 건물은 정말 쇼킹한 건물이었다. 그래서 이 디자인을 본 건축주는 벽도 없이 유리로 다 열려 있는 집에서 어떻게 사느냐며 건축가를 소송하는 바람에 몇 년간 공사가 지연되는 소동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인들은 메소포타미아로부터 벽식 구조의 주택 건축 양식을 물려받은 이후 수 천 년 동안 줄곧 벽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기둥식 구조에 유리창으로 사방이 열려 있는 집을 보니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간다. 미스는 동양식 기둥 건축의 화끈한 도입으로 건축주에게는 안 좋은 평을 받았지만 역사적으로는 칭송받는 기념비적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pp. 236-237

미스는 서양 건축에 철골이라는 새로운 재료로 만든 기둥식 구조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기존에는 찾아보기 힘든 성격의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의 건축은 기둥과 지붕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며, 벽을 구조로부터 해방시킨 건물이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동양의 나무 기둥을 철골 기둥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건축이 동양의 전통 건축과 확실하게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창문에 유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동양 건축에는 창호지로 만든 창문이 있던 자리에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와 외부를 극적으로 연결시켜 주었다. 그의 건축은 한 마디로 ‘나무 기둥을 철골 기둥으로, 창호지를 유리창으로’ 바꾼 건축 공간이었다.

pp. 239

판스워스하우스 Fansworth House
한옥

출처: 출처: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 을유문화사, 2020(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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