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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본문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독재와 권위주의에 저항하여 분출된 프랑스의 68혁명 이후 탈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근대현대적 감옥과 사법제도는 '인간적' '합리'라는 명분으로 사회의 인간화에 기여하기는커녕 권력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
☐ ‘감옥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감시와 처벌』(1975)의 출간에 대해 푸코는 “이것은 나의 첫 번째 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말은 자신의 과거의 학문적 성과에 대해 거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푸코는 또한 이 책에 대해서 “생산자의 소유를 벗어나 누구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들고 다니면서 쓰일 수 있는 연장통”이 되기를 바랐다. 그 연장통에는 부르주아와 사회의 벽과 틀을 보다 안전하고 튼튼하게 수리하는 도구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를 폭파할 수 있는 위험한 폭약장치가 담겨 있다. 푸코는 국가권력의 중요한 기구이자 장치인 감옥의 문제를 다루는 이 책은 거대한 권력구조를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이 되기를 희망했다.
☐ 푸코는 이 책을 통해 감옥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 아니라, 감옥과 감시의 체제를 통한 권력의 정체와 전략을 파헤쳤다. 다시 말해서 권력이 인간과 신체를 어떻게 처벌하고 감시하였으며, 그 과정을 통해 근현대적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파헤쳤다.
☐ 서구 역사에서 중죄인을 처벌하는 구실로 인간의 육체를 대상화한 전략적 형태는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의 시대에 절대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던 잔인한 방법이다. 그런데 잔인한 고문과 사형이라는 권력의 공개적 폭력이 뜻하지 않은 결과 ─ 군중의 공동 반발, 비난, 분노 등 ─ 를 초래하게 되자, 앙시앵 레짐의 공개적 잔인한 고문행위는 비공개적 행위로 전환되었다. 앙시앵 레짐이 끝나는 18세기 후반 인간중심적 개량주의자들은 절대왕권의 폭력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권력과 사법부의 합리적 운영을 주장하였다.
☐ 18세기의 사회적 변화, 즉 산업혁명에 의한 도시인구의 증가, 사유재산 및 소유권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요인으로 자본가의 사유재산과 소유권의 침해와 관련된 경제사범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런 시대적 배경 하에서 개량주의자가 말하는 합리적 법 제도는 사실상 특권계층인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가난한 노동자나 힘 없는 민중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18세기 말과 19세기의 사람들은 법을 두려워하기는 하였으나 존중하지는 않았다.
☐ 개량주의자들이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법은 결국 앙시앵 레짐 시대의 처벌방식과 근본적인 차이는 없었다. 이를테면 범법자에게 공개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대신 강제노역으로 동원한 것은 저항하거나 또는 반체제적인 사람들에 대한 저항의식을 꺾는 도덕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결국 개량주의자들이 만든 법 제도는 사회의 인간화에 기여하기는커녕 권력의 강화에 이바지하여 인간의 위치를 고립시켰다.
☐ 감옥 안의 죄수들을 다루는 기술, 즉 공통된 규율은 병영, 병원, 공장, 학교 등의 소단위 권력체제를 통해 보편화되었다. 공통된 규율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요구한다.
① 개인이 규율에 복종할 수 있도록 공간을 소단위로 분리하고, 책임자는 자신의 감독대상에 대해 철저히 기록하고 감독한다.
② 규율은 철저한 일과시간표에 따른다. 노동자는 기계의 연장과 같다.
③ 개인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신체에 신간의 의미를 주입한다.
④ 엄격한 지휘와 감독 체계로 개인의 힘과 능력을 권력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한다.
☐ 권력은 가시적인 폭력 대신에 자기의 횡포와 전제성을 은폐하면서 그 기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즉 육체적으로 잔인하게 처벌하는 방법보다 감시하는 방법에 의존한 권력은 전략적으로 인간의 육체를 규율에 길들일 수 있다.
☐ 푸코의 주장에 의하면, 근대현대적 감옥과 사법제도는 범법자를 교화하고 그들을 선량시민으로 교도시키기는커녕, 새로운 범법자를 만들어내는 제도적 장치가 되었으며, 권력은 이것을 정치적 및 경제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개인은 원자처럼 분리되고, 타자와의 연계는 파괴되고, 공동체의 연대의식은 분열되어, 결국 합리적인 예속화에 길들여지고 있다.
출처: 『감시와 처벌 - 감옥의 역사』 미셸 푸코 지음 | 오생근 역, 나남신서, 2014
[미셸 푸코의 유소년 상대 성범죄 폭로]
푸코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프랑스 학자 기 소르망은 1960년대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지내던 시절 “푸코가 튀지니에서 8~10세 어린 소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묻혔다”고 폭로했다(2021.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