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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진실을 편집하는 법 ... 부분적 진실로 전체를 호도하는 법

외톨늑대 ROBO 2022. 2. 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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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편집하는 법 ... 부분적 진실로 전체를 호도하는 법

부분적 진실 ... 진실은 아흔아홉 개

복잡성

어느 조각을 선택할 것인가

조만간 입법 기관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길거리에 개인 소유의 자율 주행차 운행을 허용할 것인가?’

 

입법 기관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무인 자동차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에 불과했다. 구글이 뭔가 진행 중이라고 하고, 테슬라도 뭘 하고 있다.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도 자기네 나름의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다. 구글이 만든 볼록하게 생긴 자동차 영상을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디자인이 내 생각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테슬라 자동차를 자율 주행 모드로 운전 중이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건은내 생각에 영향을 줬을까?

 

책임감 있는 입법자라면 행정 관료 및 이해관계자들, 정치 자문가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얻은 후 법안을 마련할 것이다. 어쩌면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합하는 진실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경제학자  자율 주행차는 기술 발전과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면서 새로운 대영 산업이 되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다. 또한 자율 주행차는 운전자에게 수십 억 시간의 자유 시간을 제공해 더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더 많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두 가지 모두 경제에 보탬이 된다.

 

노동조합 대표  자율 주행차는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화물 수송 및 택시 산업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할 것이다. 평범한 노동자들을 희생시키고 우버와 유피에스의 이익만 늘려 주어 불평등을 확대할 것이다.

 

환경주의자  자율 주행차는 택시 비용을 줄이고 대안적 이동 수단의 매력을 높여줄 것이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줄고 교통 혼잡이 사라지고 에너지와 자원 소비가 감소할 것이다. 또한 자율 주행차는 인간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전하기 때문에 배기가스와 부품 마모도 줄 것이다.

 

안전 전문가  매년 미국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3만 명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인간 실수로 일어난다. 자율 주행차도 소프트웨어 이사의 결함이나 위험물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일부 사고가 발행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안전할 것이다.

 

정치 전문가  유권자는 오래된 문제에 대해서는 참을성을 보이지만 새로운 문제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만약 자율 주행차의 시스템 오류로 수백 명이 길에서 사망한다면 정치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감소하더라도 말이다.

 

자율 주행차 제조사  자율 주행차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고급 운전 보조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으나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시스템도 있고, 인간의 조작 여무가 선택 가능한 경우도 있고, 인간이 전혀 개입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된다, 안 된다의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허용할 준비가 되었느냐의 문제다.

 

보험 회사  자동차 보험은 인간의 실수에 대비한 개별 운전자 중심에서 기술 오류에 대비한 제조사 중심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일반 보험업계가 초토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 계획 입안자  자율 주행차는 도심 한가운데에 주차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지금 주차 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땅값 비싼 도심지를 수익이 날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하거나 공원이나 운동장 같은 편의시설로 바꿀 수 있다.

 

시 행정 당국  우리는 자차료 수익으로 행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주차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지방세를 올리거나 행정 서비스를 줄여야 하는데 취약 계층의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기업 경영자  전 세계적으로 언젠가는 자율 주행차가 대세가 될 것이다. 자율 주행차를 빨리 받아들일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더  앞서 나가고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보안 전문가  자율 주행차는 해킹에 취약하다. 자고 일어나 보니 내 차가 망가져 있거나 테러리스트 또는 적대국의 손에 넘어갔을 수도 있다.

 

윤리 철학자  앞으로 자율 주행차의 AI가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들이 생길 것이다. 예컨대 어린아이가 도로로 뛰어들었을 경우 아이를 치고 지나갈 것인지 아니면 탑승자가 죽을 수 있음에도 도로를 벗어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수 있다. 입법자들은 끔찍한 여러 상황에서 자율 주행차가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경합하는 진실의 훌륭한 비유 대상이 바로 사진이다.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는 정확히 카메라 앞에 있는 것들만 포착한다.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프레임 안에 뭐가 들어갈지는 촬영자가 정한다. 줌 기능을 써서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물건들의 크기를 바꿀 수도 있고,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으며,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일부러 노출을 줄이는 식으로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사진을 찍은 다음에는 디지털 처리 기술로 한쪽은 밝게, 다른 쪽은 어둡게 만들 수도 있고, 아예 색깔을 바꿀 수도 있고, 명암 대비를 높이거나 선명도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카메라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한 장면에서 수 천 장의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에 뭘 담을지 선택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뭘 담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도인 이모가 사진 찍히기를 싫어 한다면? 카메라를 돌리거나 사진에 이모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은 것처럼 편집하면 된다. 의사소통 과정에서도 우리는 똑같이 행동한다.

(pp. 51-56)

 # 1 생략

생략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작전이다.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는다. 데이트 상대에게 코골이 버릇이나 골치 아픈 친척 얘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다른 것도 할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p. 57) 

아마존은 악마인가, 천사인가

아마존은 진정 악마인가” 2014<퍼블리셔 위클리 Publishers Weekly>는 그렇게 물었다.

……

작가 베리 이이슬러 Barry Eisler는 이렇게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책을 사고 있고, 집필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더 많아졌습니다. 백만장자가 된 작가들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들어준 회사를 파괴하고 싶을까요?”


소규모 출판사들 역시 KDP를 이용해 전자책을 만들 수 있다. 하드 카피 책들을 전세계 독자에게 판매하고 30일 내에 결제를 받을 수도 있다. 다른 서점이나 유통업자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조건이다. … 동네 책방이 사라지는 것을 애통해 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아마존 덕분에 더 싼 값에 훨씬 많은 선택권이 생긴 것을 기뻐하는 독자들도 있다. 아마존은 인기 있는 전자책 단말기 킨들 시리즈를 통해서 그 어느 기업보다 전자책을 활성화시켰고 그 덕분에 책을 읽는 사람이 수백만 명 더 늘었다.

……

아마존 웹서비스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저장 공간은 워낙 싸고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제너럴일렉트릭이나 애플 같은 회사도 자체 서버 대신 이용할 정도이다. … 심지어 미국 중앙정보국 CIA까지 아마존의 클라우드를 이용한다.

……

그렇다면 아마존은 과연 뭘까? 답은 당신이 어떤 진실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서점의 파괴자, 작가의 구원자, 남들을 괴롭히는 독점 기업, 소규모 기업의 조력자, 식료품점, 탈세 기업, 독서 장려자, 영화 스튜디오, 기술 혁신자, 폭압적 고용주, 가상 장터, 글로벌 유통기업, 소비자의 대변자, 한번 골라보라. 하지만 다음번에 다시 아마존의 이름을 듣거나 현관 앞 택배에 찍힌 아마존 로고를 보았을 때는 아마 아마존의 이 많은 측면을 떠올릴 마음도, 그럴 시간도 없을 것이다. 한두 개의 진실이 이미 당신의 마음에 지배적 진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존은 뭔가? 골라보라.

(pp. 58-62)

# 2 어지럽히기(물타기?)

최근 어지럽히기를 이용해 가장 극적이면서도 큰 피해를 남긴 사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다. 대부호 굽타 Gupta 가문이 국가 정치에 실제로 어떤 힘과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대중 매체가 탐사 보도에 나선 것이다. 굽타 가문은 제이컵 주마 Jacop Zuma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였고 결국 국가 장악논란까지 낳았다. 사적 이해관계가 정부 활동 대부분을 지배하는 조직적 정치 부패 사례였다. 굽타 가문이 남아공 공군 기지까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경악했다. 2016년이 되자 주마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국회에 나와 굽타 가문에게 장관들을 고르게 했다는 사실을 부인해야 했다.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2016년 초 굽타 가문 소유의 오크베이인베스트먼트는 영국의 홍보회사 벨 포틴저(Bell Pottinger)에게 홍보를 의뢰했다. 벨 포틴저는 부도덕한 의뢰인도 기꺼이 받아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회사였다. 벨 포틴저의 진실 생략 작전은 이미 몇 년 전 영국의 비영리언론단체 탐사보도국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을 통해 폭로된 바 있었다. 탐사보도국의 조사에 따르면 벨 포틴저의 회사 컴퓨터를 사용한 누군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고객사의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부정적 콘텐츠를 삭제해왔다. 오크베이는 남아공 전체에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가 존재하며 더 많은 경제적 해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퍼뜨리려고 했다. 매달 10만 파운드(14000만원)를 지불하고 의뢰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굽타 가문의 국가 장악 스캔들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데 있었다. 벨 포틴저는 나라 전체가 백인 독점 자본이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적에 집중하게 만들려고 했다. …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단어를 처음부터 작전의 핵심에 둔 셈이다.

 

이후 벨 포틴저는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실제로 벨 포틴저가 홍보했던 선동 자료를 보면 많은 부분이 팩트상으로는 정확했다. 정치적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난 지 25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남아공의 부는 대부분 소수 백인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벨 포틴저가 만들어낸 연설이나 소셜 미디어 포스트, 슬로건 등은 대개 진실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에 관한 진실들은 굽타 가문의 스캔들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었고, 그것들을 유통시키는 대가로 벨 포틴저는 두둑한 수수료를 받았다. 그 진실들은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정치 환경에서 물을 흐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사회ㆍ정치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남아공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논리의 유포 결과는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백인 독점 자본에 대한 분노는 남아공 전체를 휩쓸었고 2017년이 되어서야 벨 포틴저는 오랜 시간과 고통이 따라야만 회복할 수 있는 인종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 현실을 재구성하는 능력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벨 포틴저도 끝내 자신의 명성을 지키지 못했다. 벨 포틴저의 사례가 다른 오도자들에게 남기는 교훈은 분명하다. ‘혼란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무관한 진실 중에서도 어떤 것을 사용할지에 극도로 주의하라. 결국에 가면 그 진실이 내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pp. 64-66)

벨 포틴저는 팀 벨(77)과 피어스 포틴저가 1980년대 중반 설립한 영국계 PR 전문회사. 팀 벨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혜성 같은 등장을 이끌었던 대표적 PR 전문가. 1979년 대처가 총선에 나섰을 때 경쟁자인 노동당 (Labor Party)을 상대로 치솟는 실업률과 경기침체를 겨냥해  “노동당이라고 일하진 않는다(The labour isnt working)”라는 슬로건을 사용토록 자문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벨 포틴저는 홍보와 평판관리, 마케팅과 연설문 작성뿐 아니라 정관계 로비와 검색엔진 최적화까지 홍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승승장구했다. 2010년 기준, 영국에 기반을 둔 PR업체 중 서비스 수익에서 1위를 달렸다.

‘평판 세탁’의 세계적 중심지로 불릴 만큼 국제적 PR 회사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런던을 기반으로 질주하던 벨 포틴저의 몰락에는 이 회사의 독특한 기업 철학이 큰 몫을 했다. “도덕성은 성직자의 몫일 뿐, PR 종사자가 눈길을 줘선 안 된다”며 “돈벌이가 된다면 ‘세상 어디든, 무슨 일이든 한다 (Go anywhere do anything)”는 모토를 내세우며 마구잡이로 고객을 끌어모았던 것.

# 3 관련시키기

오도자들이 쓰는 어지럽히기 작전이나 다른 진실로 나쁜 뉴스를 묻어버리는 방법이라면, 관련시키기 작전은 아무 연관도 없는 두 가지 이상의 진실이 마치 의미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방법이다.

……

오도자들은 여러 진실을 서로 관련시켜 전체 프로젝트나 선거 캠페인을 망칠 수도 있다. 루디 줄리아니 Rudy Giuliani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핵심 측근들의 사생활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07년 내내 줄리아니는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6월 그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선거운동 추진단장이었던 토머스 러베널이 코카인 유통으로 기소되는 일이 있어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달 선거운동 남부 추진단장이었던 데이비드 비터가 매춘 혐의로 고발됐다.

 

그리고 2007년 말에는 오랫동안 줄리아니를 지지해온 또 다른 조력자 버나드 케릭이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줄리아니의 잘못은 아니었고, 그가 예상할 수 있었던 일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은 경쟁자들에게 강력한 공격의 빌미가 되기에 충분했다. 2007<뉴욕 타임스>에는 코카인, 부정부패, 매춘이라는 제목의 줄리아니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이런 부분적 진실을 대선후보 캠페인과 연관시키니 선거 운동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 다음해에도 관련시키기를 통해 선거운동이 거의 끝장날 뻔했던 사례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의 대선운동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던 것이다.

(pp. 67-69)

 

출처: 헥터 맥도널드 지음 | 이지연 옮김 『만들어진 진실』흐름출판(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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