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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적응계, 비비시스템 이론으로 창발 현상을 예측할 수 있을까? 본문
복잡적응계, 비비시스템 이론
복잡계, 창발 현상, 복잡적응계
우리가 말하는 '복잡하다'의 다른 의미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복잡한 것을 이해하고 나면 어렵지 않게 된다. 즉 '복잡하다'의 의미는 상대적 개념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복잡성 Complexity'은 다르다. 복잡성은 구성 요소들 간의 관계에 의해 발생한다. 수많은 구성 요소와 그것들이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상태를 과학에서는 '복잡계 Complex System'라고 하고, 복잡계를 이해했다고 해서 복잡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분의 합과 전체가 다르듯이 미시적인 부분의 특성을 이해했다고 해서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전체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단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개미, 꿀벌, 철새의 개체적 특성과 무리 전체의 사회적 질서는 다르다. 시장에서 거래하는 개인, 인터넷 가상공간에서의 네티즌 한 사람, 심지어 자동차 부품 하나를 따로 떼 놓고 보면, 전체로서 예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성질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과학에서는 '창발 Emergence'라 하고, 이런 복잡한 현상을 '창발 현상 Emergence Behavior'이라 한다.
복잡계에 대한 해석은 학문 분야마다 학자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현실은 너무 복잡해서 방정식이나 간단한 논리체계로는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복잡계 현상은 사회, 경제, 정치에도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금융시장,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요소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창발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장은 '복잡적응계 Complex Adaptative System'의 전형이다. 복잡적응계는 물리적인 규칙이 작동하는 '복잡계'와 시장참가자의 반응이 반영되는 '적응계'의 특징이 결합한 것이다. 여기서 적응계란 무엇인가? 적응계의 가장 큰 특징은 '공진화 共進化'다. 생물학의 용어로 둘 이상의 종이 상호영향을 끼치며 진화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시장참가자가 서로 영향을 끼치며 진화한다.
복잡적응계의 다른 이름은 '비비시스템 Vivisystem'이다. 『통제 불능』의 저자 케빈 켈리는 "우리가 생명의 힘을 창조된 기계에 불어넣으면 우리는 기계들을 제어할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기계들은 야생성을 획득하고, 또한 야생에 수반되는 의외성을 띠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신들이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복잡적응계, 즉 비비시스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비시스템
케빈 켈리는 이 책이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이다”라고 밝히고, 비비시스템의 세계로 독자를 유혹한다. 그는 ‘만들어진 것이든 태어난 것이든 생명과 유사한 특성 lifelikeness을 갖고 있는 시스템’은 모두 비비시스템이라 부른다. 가령 생명체와 생태계로 알려진 생물 공동체와 로봇, 기업, 경제와 같이 인간이 만든 것들이 비비시스템에 해당된다. 요컨대 비비시스템은 다름 아닌 복잡적응계 Complex Adaptive System의 다른 명칭이다.
살아 있는 세포, 사람의 뇌 그리고 증권거래소, 이들은 과학적 주제로서 공통점이 없는 듯하지만 복잡성 과학 Science of Complexity의 이론가들은 적어도 두 가지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첫째, 이들은 단순한 구성 요소가 수많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복잡계라 할 수 있다. 가령 세포는 단백질, 핵산 등 수많은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이들은 환경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적응한다. 예컨대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신경세포의 회로망을 재구성하면서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환경에 적응한다. 복잡성 과학에서는 단순히 그냥 복잡한 물체와 구별하기 위해 이들을 통틀어 복잡적응계라 일컫는다.
복잡적응계의 행동은 얼핏 보아 무질서해 보인다. 왜냐하면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이 고도로 비선형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선형계에서는 초기 조건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화가 출력에서는 엄청나게 큰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한 현상의 하나가 혼돈 chaos이다. 혼돈은 바다의 난류 또는 주식 가격의 난데없는 폭락처럼 불규칙적이며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복잡 적응계는 혼돈 대신에 질서를 형성해낸다. 혼돈과 질서의 균형을 잡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단순한 질서와 완전한 혼돈 사이의 광대한 영역에 놓여 있는 거의 모든 자연 세계와 사회 현상을 복잡 적응계로 간주할 수 있다.
복잡성 과학의 기본 전제는 복잡 적응계가 자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는 이른바 자기 조직화 self-organization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조직화에 의해 단순한 구성 요소를 모아 놓은 전체 구조에서 새로운 특성이나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창발 Emergence이라 한다. 창발은 복잡성 과학의 기본 주제이다.
케빈 켈리/이충호, 임지원 옮김 『통제 불능』 김영사(2019), p.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