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편집 스튜디오
근대건축의 3대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건축 본문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1886~1969)는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독일 출신 건축가이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와 함께 근대근축의 3대 거장, 또는 발터 그로비추스를 넣어 4대 거장으로 불린다.
「Less is more」 「God is in the detail」로 유명한, 근대주의 건축가의 개념 성립에 공헌하였다. 기둥과 보에 라멘 구조의 균질한 구조체가 내부의 모든 기능을 허용한다는 의미의 유니버설 스페이스 개념을 제시하였다.
유현준은 『공간이 만든 공간』 (을유문화사, 2020)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벽돌 시골집, 1924년: 절반의 성공
미스의 ‘벽돌 시골집’은 기하학적 추상 미술 그룹 데 스테일의 테오판 두스뷔르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두스뷔르호의 1918년 작 「러시안 댄스의 리듬」을 보면 여러 개의 직선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들 선과 선 사이에는 각기 다른 모양이면서도 경계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들 선과 선 사이에는 각기 다른 모양이면서도 경계를 규정하기 어려운 유동적 형태의 빈공간이 있다. 이 그림과 미스의 ‘벽돌 시골집’의 평면도에는 전통적인 서양 건축물에서 보이는 한 가지 방향성을 갖는 강력한 축이나 좌우 대칭성이 없다. ‘벽돌 시골집’에서 미스는 벽을 세워 나감으로써 건축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마치 바둑의 패턴처럼 개방되어 있으며 자라나는 형식의 평면이다. 벽은 자유분방하게 동서남북으로 뻗어 나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벽들은 공간을 구획하면서 독특한 비정형의 빈 공간을 만들어 낸다.
p. 216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1929년: 기둥으로 만든 처마
‘벽돌 시골집’을 디자인하고 5년 후, 미스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Barcelona Pavilion’(1929)부터 비로소 동양 건축의 주요 시스템인 기둥 구조를 도입하게 된다. 이로써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는 동양 건축과 같은 경계가 없는 공간이 연출된다. 격자형에 기초를 둔 기둥 구조 덕분에 벽체는 구조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결과적으로 경직된 좌우 대칭 혹은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는 어디까지가 내부고 어디서부터가 외부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유동적 공간감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평면보다 더 확장된 지붕에 의해서 만들어진 ‘처마 공간’ 때문이기도 하다. ‘벽돌 시골집’인 경우, 지붕은 벽이 있는 곳에서 멈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지붕은 기둥보다 더 멀리 뻗어 나가서 처마가 생겨났고, 만들어진 처마 공간은 내부와 외부의 중간 지대적인 성격인 ‘사이 공간’을 만들어 내고 이 공간은 경계가 모호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한옥에서도 처마 밑에 있는 툇마루 덕분에 건축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한옥에서는 툇마루가 실내인지, 외부인지 불명확하다. 툇마루는 지붕과 바닥은 있지만 벽이 없는 공간이다. 건축의 내부 공간을 규정하는 지붕, 벽, 바닥이라는 세 가지 요소 중 중에서 두 가지만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러한 공간을 찾는다면 1층 카페 바깥에 의자를 놓는 데크 공간이 될 것이다. 정확한 용어는 ‘테라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데크deck’라 부른다. 우리가 카페의 데크에 앉아 있을 때 기분이 좋은 이유는 외부에 있으면서도 내부에 있는 것 같은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스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 여기저기 지붕이 덮여 있는 데크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 같은 처마 공간은 그의 대표적 후기 작품인 ‘베를린 국립미술관 Berlin`s New National Gallery’(1962~1968)에 잘 나타나 있다. 흔히들 서양의 건축은 ‘벽의 건축’, 동양의 건축은 ‘지붕의 건축’이라고들 말하는데, 이 국립미술관은 말 그대로 지붕이 주인공이 된 건축물이다. 지붕을 만들고 떠받드는 것이 주요 건축적 행위고, 벽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거나 그저 가변적으로 설치되는 벽으로 미술품을 거는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스는 이 작품에서 건축물을 처마와 기둥이라는 건축 요소를 이용해 일종의 외부경관을 프레임 하는 장치로 만드는 데 주력했는데, 이 같은 건축 장치는 동양 건축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공간적으로 ‘베를린 국립미술관’은 우리나라 ‘경복궁’의 ‘경회루’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pp. 221-222
출처: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 을유문화사, 2020(초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