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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밥은 air rice가 아니다 ... 추풍령휴게소의 고봉밥 본문
공깃밥은 air rice가 아니다 ... 추풍령휴게소의 고봉밥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의 비애
공깃밥은 air rice가 아니다. 공기는 한자말로 '빈 그릇'을 의미하는 '空器'다. 빈 그릇 밥? 어법에 맞지 않다. 당연히 빈 그릇에 음식을 담지, 뭔가 담겨 있는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것도 아닐테니.
우리가 흔히 쓰는 '공깃밥'이라 하면, 음식점에서 내놓는 밥을 말하는데, 이 말의 유래에 대해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1971년 곡물(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식당에서 돌솥 등의 대접 사용을 금하고 공깃밥의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대중화되었으며, 1976년에 표준식단이 생기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식량이 부족하던 60~70년대, 정부는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에서 파는 밥그릇의 규격을 표준화하였다. 1976년 서울시는 표준식단과 함께 밥그릇의 규격이 정해졌다. 표준 밥그릇(스테인리스제 공기)은 지름 10.5cm 높이 6cm인데, 그릇의 4/5(약 210g)를 담도록 하였다. 이를 어길 시, 제제가 가해졌다. 1회 위반 시 1개월 영업정지, 2회 위반 시 영업허가 취소였다. 1981년 1월 5일 전국 음식점으로 화대하였다. 손님이 밥을 더 요구하면 공기의 절반만큼 더 줄 수 있다. 그 이상을 요구하면 추가로 밥값을 받도록 했다. 물론 지금은 이런 규정이 없어졌다. 대신 쌀 소비가 줄면서 밥그릇의 크기도 줄고, 그릇도 고급 법랑을 비롯해 다양하다.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을 위해 제사를 지낼 때 올리는 밥(메)처럼 밥그릇 수북히 담는 밥이 있는데, 이런 밥을 '고봉밥' 또는 '머슴밥'이라 한다. 머슴밥은 일을 많이 하는 머슴을 위해 밥그릇 위 높이 담았기 때문에 붙여졌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어린 시절, 60~70년만 해도 고봉밥, 머슴밥은 흔히 볼 수 있었다.
경부고속 추풍령휴게소의 고봉밥
요즘은 음식점에서 고봉밥을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어제 경부고속 추풍령휴게소에 들러 저녁을 주문했더니, 고봉밥이 나왔다. 평소 소식이라 밥이 많다고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어쩔 수 없어요. 보통 양이 이렇습니다"라고 했다. 메뉴가 맛있는 흑돼지김치전골이라 그런지 조금은 과하다 싶었지만, 다 먹었다.
혹시 경부고속 추풍령휴게소에 들러 고봉밥 흑돼지김치전골을 드시고 싶은 분이 있으면 한 번 경험해 보시라!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뜨겁고 밥이 잘 달라붙고 예쁘지 않은 스테인리스 밥그릇(공기)은 이제 그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스테인리스는 깨지지 않고 관리하기 편하지만, 예쁜 법랑도 많은데 ...